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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식 - 이자율과 통화정책 (1)

by 별헤는 소년 2022. 4. 26.

이자율과 통화정책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통화량을 직접 관리하는 정책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실패했는데, 이는 현 통화이론이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증거다. 다시 말하지만 통화공급이론은 통화 종류를 단순하게 합산하는 잘못을 범했으며, 그 범주를 잘못 설정하여 통화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주식과 부동산 그리고 파생금융상품을 외면했다. 또 통화수요이론에서는 통화와 경제저량의 관계를 수용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과오를 범한 탓에 통화의 관리가 경제상황에 부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빚었다. 최근에 이자율을 통해 통화를 간접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이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데, 이는 통화 이론의 이 같은 문제점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활황을 보임으로써 경기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물가가 불안해지고 국제수지가 악화될 우려가 있을 정도로 초과수요가 나타날 경우 통화를 직접 줄이는 정책으로는 소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주식과 부동산의 통화기능에 의해 통화긴축의 효과가 상쇄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전에 선제적으로 이자율을 높임으로써 주식과 부동산경기를 미리 진정시키는 것이 훨씬 더 큰 효과를 나타내곤 한다.
  반대의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갑자기 침체에 빠져들 때는 신용수렴원리가 작동하면서 극단적인 신용경색 현상이 드물지 않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고집하면 금융공황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1930년대에 미국은 주식시장이 붕괴를 면하는 듯하자 통화정책을 다시 긴축적으로 전환했는데, 이 정책이 신용수렴원리의 작동을 도운 측면이 있다. 반면 1987년에는 주식시장이 1920년대 말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폭락했는데, 미국 연방은행은 통화정책을 오히려 완화함으로써 금융공황을 피해갈 수 있었다. 이 문제는 경제병리학을 다루면서 좀 더 자세히 언급할 것이다.
  이론상으로나 현실적으로 이자율은 통화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신호등이다. 물론 현 경제학의 가격이론처럼 이자율이 통화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경제학에 있어서는 이자율 역시 가격 결정원리와 가격변동원리 그리고 가격카오스원리 등이 만들어내는 각각의 현상이 합성되어 나타난 복합적인 현상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면 이자율을 통해 통화를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이자율은 정책변동 등 가격카오스원리뿐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인 가격변동원리, 소득과 물가 그리고 통화의 삼쌍성 관계인 가격 결정원리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논리다. 이에 따르면 이자율만 정책적으로 관리하더라도 소득과 물가 그리고 수요와 공급 등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실적으로 통화를 직접 관리하는 방식은 어렵다. 어떤 통화지표를 목표로 삼아야 하는가의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식 시장과 부동산시장이 갑자기 호황이나 침체로 돌아서지만 않는다면 본원 통화를 목표지수로 설정하여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은 장기적으로는 큰 진폭을 보여 왔던 것이 현실이다. 이런 때에 본원통화의 관리에만 집착하면 통화수요와 어긋나는 통화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장기금융 시장과 단기금융 시장, 자본시장 등은 서로 대칭적인 성격을 갖는다. 은행 등의 금융기관을 통해 예금과 대출이 이루어지는 장기금융시장은 다른 금융시장의 수익률이 높아지면 위축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그 증거다. 그리고 콜시장, 환매조건부 채권, 양도성 예금증서, 기업어음, 표지어음, 통화안정증권 등의 시장으로 구성된 단기금융 시장은 자본시장과 대칭적 관계를 맺는다. 한편 채권시장, 자산유동화 시장, 주식시장, 부동산시장, 파생금융상품 시장 등의 자본시장은 각각의 시장이 서로 대칭적인 성격을 갖는 것은 물론 다른 금융시장과도 대칭적 관계를 맺는다. 결론적으로 본원통화, 통화, 총통화, 총유동성, 총금융자산 등 각종 통화지표 중 어느 특정 통화지표 몇몇을 대상으로 통화랑을 관리할 때는 금융시장의 대칭적 특성 때문에 통화수요와 어긋나는 통화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고 모든 통화지표를 대상으로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통화지표 사이의 가중치를 산정하는 것이 특히 어려운데, 이 가중치는 경제상황에 따라 변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통화지표를 관리하는 것보다는 이자율을 관리하는 통화정책이 훨씬 쉽고 바람직하다. 장차 통화수요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통화지표가 개발되거나 경제현실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 새로운 통화이론이 나타난다면 그때는 통화를 직접 관리하는 정책을 채택할 수도 있지만 현재의 경제학은 아직 그런 수준의 통화이론을 갖지 못했다.

  통화금융을 관리하는 방법에 직접적인 통화지표 관리정책과 간접적인 이자율 관리정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환율을 관리하는 정책도 존재하며, 외환위기가 발생할 위험에 자주 노출되는 나라에서는 이 방법이 효과적인 정책이기도 하다. 지금부터는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자.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외환위기는 금융위기를 동반하여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를 겪었을 때 금융시스템의 붕괴위기에 처했었다. 그래서 금융공황을 막기 위해 대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금융회사의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이뤄졌다.

(다음에 이어서)

 

 

<회의주의자를 위한 경제학(최용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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