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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식 - 자본지수는 성장률, 이자율, 환차익 등이 결정한다

by 별헤는 소년 2022. 4. 27.

자본지수는 성장률, 이자율, 환차익 등이 결정한다

  둘째, 환율이 비교적 오랜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떨어지면 환차익이 생기게 마련이고, 이런 경우 외국 자본이 환차익을 기대하고 국내에 유입됨으로써 자본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곤 한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 보자. 환율이 1,500원일 때 1억 달러를 외국에서 들어오면 우리 돈으로 1천5백억 원을 바꿀 수 있는데, 환율이 1,000원으로 떨어지면 1천억 원으로 들여온 돈을 모두 갚을 수 있다. 원금을 갚거나 회수하고도 5백억 원의 이익이 추가로 남는 셈이다. 이것을 환차익이라고 부른다. 이런 환차익이 기대된다면 누구나 외국 자본을 빌려오려 할 것이고, 외국인도 이런 환차익을 노리고 국내에 투자하려 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질 때는 자본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곤 했다. 다음 표에서 보듯이 연평균환율이 1999년 1,199원에서 2000년 1,131원으로 떨어지자 2000년의 자본수지는 121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2002년 1,251원에서 2003년 1,192원으로 떨어질 때도 2003년의 자본수지는 139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2005년 1,024원에서 2006년 956원으로 떨어질 때 역시 2006년의 자본수지는 18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런 대규모 자본수지 흑자는 당시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보다 훨씬 더 크거나 비슷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환율의 하락을 불렀고, 이것이 자본수지의 흑자를 부름으로써 환율을 더 큰 폭으로 하락시킨 것이다.
  반면에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때는 자본수지가 적자를 기록하곤 했다. 위의 표에서 보듯이 1998년에는 연평균환율이 전년도의 951원에 비해 47%가 상승한 1.399원을 기록하자 IMF 등의 구제금융을 189억 달러나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수지는 32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2001년에도 연평균환율이 전년도의 1,131원에서 1,291원으로 14%가 상승하자 자본수지는 34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고, 2008년 역시 환율이 전년도에 비해 19% 상승하자 자본수지는 509억 달러라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2009년에는 환율이 1,276원으로 2008년에 비해 크게 상승했지만 자본수지는 264.5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는데, 그 이유는 그해 3월 초 1,597원까지 상승했던 환율이 이후 꾸준히 하락해 연말에는 1,165원까지 떨어짐으로써 외국 자본의 유입이 환차익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셋째,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때도 자본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곤 한다. 이자율이 높으면 자본의 수익률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외국 자본이 국내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경우 이자율이 평균적으로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즉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자본수지 흑자를 늘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이자율을 높임으로써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경상수지가 적자인 나라들은 대부분 이자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다만 달러가 국제 기축통화인 미국은 예외다. 경상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함에도 불구하고 자본수지가 흑자를 기록함으로써 이자율은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문제는 뒤에서 다시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국제수지, 특히 경상수지가 적자이던 과거에는 이자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최근의 경우만 보더라도 1994년부터 1997년까지는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때는 콜금리, CD 수익률, 회사채 수익률, 국채수익률 등 모든 금리가 두 자릿수를 기록 했다. 반면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 이자율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금리가 지금처럼 한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의 일이다.
  다음에 나오는 표에서 보듯이 경상수지가 악화되거나 적자였던 1990년대 중반까지는 이자율이 대체적으로 10%를 훌쩍 넘었다. 1997년 말 외환 위기까지 닥치자 1998년 1월에는 이자율이 무려 25%까지 폭등하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높은 금리는 IMF가 우리 정부에 강요한 것이었다. 이자율을 높여야 외국 자본의 유입이 더 활발해지고, 이 경우 IMF가 우리나라에 구제금융을 해준 자금을 더 쉽게 상환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금리정책은 IMF가 우리나라에만 강요한 것이 아니라 외환보유고가 고갈되어 외환위기에 처한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유는 외국 자본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외국 자본을 많이 유치할수록 외환보유고도 늘어나고, 그래야 외환보유고의 고갈사태에서 빠른 시일 안에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리를 높이면 경기가 위축되고 경기가 위축되면 수입이 줄어들어 국제수지가 개선되는데, 이는 외환보유고 고갈사태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물론 고금리가 급속한 경기 후퇴를 불러옴으로써 경제적 고통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외환보유고가 확충되지 않으면 외환위기는 더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경제난은 더 장기화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1980년대 중남미 국가들은 10년 가까이 경제난을 겪은 바 있다.

  우리 경제에서는 1998년 이후 경상수지가 매월 30억 내지 40억 달러대의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자 이자율도 꾸준히 떨어져 그해 연말에는 7%까지 떨어졌다. 표에서 보듯이 1999년에도 국제수지가 245억 달러라는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고, 이자율은 연평균 4.9%까지 떨어졌다. 그 후로도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다가 2003년부터 2005년까지는 흑자 규모가 매년 10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서자 2005년에는 이자율이 연평균 3.3%까지 떨어졌다. 이후 경상수지가 크게 줄어들어 2006년과 2007년에는 50억 달러대를 보이자 이자율도 상승세로 돌아서 2007년에는 연평균 4.8%를 기록했다. 2008년에는 경상수지가 64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자율은 4.6%로 오히려 떨어졌는데, 그 이유는 정책적으로 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이다. 2008년 4/4분기에 들어선 뒤부터 경기가 갑자기 빠르게 하강하자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정책당국이 인위적으로 이자율을 대폭 인하한 것이다. 실제로 연초에 약 5.0%였던 이자율이 8월에는 5.2%까지 올랐으나 한국은행은 10월부터 기준금리를 꾸준히 낮췄고 연말에는 3.0%까지 떨어뜨렸다. 그래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2009년 2월에는 2.0%로 낮췄다.

(다음에 이어서)

 

 

<회의주의자를 위한 경제학(최용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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