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공급의 운동원리
한편 통화의 종류와 신용창조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이들 통화가 중앙은행의 화폐발행과는 다르게 스스로 운동에너지를 지니고 생겨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금융기관은 신용창조 과정을 통해 새로운 통화들을 만들어내는데, 이것들은 스스로 운동에너지를 가지고 탄생하므로 물가불안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할 정도로 크지는 않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신용창조는 경제의 순환과정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금융기관의 발달과 금융상품의 개발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금융기관이 발달하고 금융상품의 개발이 활발해지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화폐발행을 추가하지 않고도 신용창조를 통해 통화가 증가하며, 이에 따라 거래가 활발해지고 소득도 더 많이 증가한다.
우리나라도 금융업의 발달과 금융상품의 개발에 좀 더 많은 정책적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예금과 대출의 중개기관에 머물러 있지만 자금의 중개만으로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으며 국내 금융회사들은 국제경쟁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 금융회사들도 선진국 금융회사들처럼 토자기관으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 투자는 위험하긴 하지만 대출보다 수익성이 훨씬 더 높은 것이 현실이다. 또 투자는 파생금융 상품을 창출하는 등 신용승수의 크기도 상대적으로 훨씬 크므로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역시 크다. 다만 투자 위험을 어떻게 분산하고 회피하느냐의 문제가 남는데, 이는 금융관행의 개선과 금융기법의 개발로 해결할 문제다. 특히 전통적 악습인 금융시장에 대한 관료의 지배, 정경유착이나 담보대출 그리고 연대보증 등의 관행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현 경제학의 통화공급이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해야 할 것은 통화공급이 통화금융기관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즉 중앙은행의 발권과 금융기관의 신용창조에 의해서만 통화가 공급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데, 경제현실에서는 통화금융기관, 증 간접금융 시장을 통해 공급되는 통화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금융 시장에서 창출되는 각종 수익증권들 역시 엄연히 통화의 역할을 한다.
물론 현 경제학도 직접금융 시장에서 창출되는 대부분의 수익증권을 통화지표에 포함시키기는 하지만 다른 어떤 수익증권 못지않게 통화기능이 뛰어난 주식은 총금융자산을 제외한 어던 통화지표에도 포함시키지 않으므로 통화지표의 한계를 뚜렷하게 보인다. 통화량을 직접 관리하던 정책이 실패로 돌아간 가장 결정적인 또 다른 원인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현실적으로 주식은 통화의 기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그 기능성의 변화와 시가총액의 변동도 시황에 따라 크게 나나나므로 통화량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어떤 통화지표보다 크다. 따라서 주식을 포함하지 않은 통화지표는 주식시장의 시황이 급변할 경우 쓸모가 없어지고 만다. 최근 세계 경제학계에서는 주식시장과 경기변동의 상관관계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이에 대한 관심도 커졌는데, 이런 사실은 주식을 통화지표에 포함시켜야 할 당위성을 더욱 높였다.
사실 주식은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일 때는 그것을 파는 일이 비교적 쉬워 거래수단으로서의 기능이 커지고, 그 가격이 상승함에 다라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기능도 커져 이에 따라 경제 내 통화가 빠르게 늘어나는 효과를 나타낸다. 반면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져들면 그것을 팔 경우 손실을 감수해야 하므로 통화기능이 떨어지고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처럼 통화량은 주식시장의 장세에 따라 늘어나고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며, 이에 따라 소득과 물가도 큰 영향을 받는다. 세계 경제학계가 주식시장 변동에 따른 경기변동에 주목해 온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한편 금융시장에서 창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동산도 엄연히 통화의 기능을 한다. 부동산은 전통적인 가치저장수단의 하나로서 인정을 받아 왔으며, 부동산시장이 활황을 보일 경우 거래수단으로서의 기능도 높아진다. 실제로 부동산시장이 활황일 때 부동산을 팔아서 생긴 돈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곤 한다. 따라서 부동산도 통화의 종류로 인정해주고, 그 거래량과 가격지수 등은 하나의 통화지표로서 대접해주고 집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직접금융 시장에서는 주식 이외에 파생금융 상품도 창출되고, 이것들 역시 통화의 기능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파생금융 상품은 통화지표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통화지표가 경제현실을 정확하게 대변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곤 한다. 특히 파생금융 상품이 위에서 언급한 부동산과 관련하여 창출되면 경기변동에 더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정리하자면, 주식과 부동산의 통화적 기능은 경제상황에 따라 민감하고 크게 변하며 그 가액도 크게 변동함으로써 통화량변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주식과 부동산은 어떤 때는 투기적 경기를 불러일으키다가 갑자기 그것이 거품처럼 꺼짐으로써 경제동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이것들은 파생금ㅇ유 상품을 창출하면서 통화공급에 큰 변동을 불러온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현 경제학은 이런 점들에 대해 아직까지 어떤 이론적 기초도 제공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다음과 같은 신용수렴 운동원리를 거의 완벽하게 외면하고 있어 문제의 심감성을 결정적으로 키운다.
(다음에 이어서)
<회의주의자를 위한 경제학(최용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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