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수요의 운동원리
한가지 덧붙이자면, 통화수요와 통화공급은 정태적으로는 불균형인 경 우가 일반적이므로 수요의 측면에서 접근한 새로 통화지표를 개발할 필 요가 있다. 실제로 공급이론의 측면에서는 신용창조의 작용 때문에 정기 예금이나 요구불예금 등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수요의 측면에서는 신용카 드나 각종 수표 등이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것들은 거래에 직접 이용 되는 등 다른 어떤 것보다 통화성이 뛰어나며, 이에 따라 소득과 물가 등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통화금융이론 에 받아들여 수요 측면에서 본 통화지표들을 별도로 개발한다면 경제현상 을 좀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예측해낼 수 있으며 경기흐름에 부응하는 통 화금융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 또 통화의 공급과 수요를 함께 살필 수 있게 됨으로써 통화의 흐름도 훨씬 더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다.
통화공급과 통화수요의 상호작용
통화의 수요와 공급은 반응의 민감도와 속도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민 감도는 통화의 공급보다는 통화수요가 더 예민하고 반응속도는 통화공급이 더 빠르다. 이러한 차별성이 통화의 동태적 운동을 만들어 동태적 균형을 이루게 한다. 소득이나 이자 및 환율이 변동했을 때 통화수요가 먼저 반응함으로써 정태적인 불균형 상태를 초래하면 통화수요가 통화공급보다 앞서 나간다. 그러다가 통화공급이 뒤늦게 반응하기 시작하면서 통화수요를 뒤쫓는데, 그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곧 앞지르게 된다. 그러다 통화수요와 통화공급의 거리가 어느 정도 벌어지면 다시 이 같은 상호 작용이 반대경로를 통해 동태적 균형을 향해 움직인다. 이러한 상호작용과 그에 따른 운동은 가격변동 요인으로서의 수요와 공급 그리고 소득변동 요인으로서의 총수요와 총공급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난다.
그런데 통화의 공급과 수요는 가격변동이론이나 소득변동이론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면이 있다. 특히 통화공급의 함수와 통화수요의 함수는 그 내부에 각각 두 개의 함수를 포함하고 있으며, 각각의 함수는 서로 독립된 함수다. 구체적으로 통화수요함수는 거래기능 수요와 가치저장 수요라는 서로 단절된 함수로 구성되어 있고, 통화공급함수는 전통적 개념의 신용창조를 하는 간접금융 시장 함수와 스스로 운동에너지를 만들어 신용창조를 하는 직접금융 시장 함수로 구성되어 있다. 이 둘 역시 서로 단절되어 있다. 이에 따라 각각의 내부함수들도 반응의 민감성과 속도가 서로 다르다. 서로 독립된 함수이므로 차별성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민감도는 거래 기능 수요가 상대적으로 더 예민하지만 반응속도는 가치저장 수요가 더 빠르다. 또한 간접금융 시장의 공급이 민감도는 예민하지만 직접금융시장의 공급이 반응속도는 더 빠르다. 이러한 속성들이 통화현상을 끊임없이 동태적으로 만들고, 동태적 균형의 궤도에서 운동하도록 이끌어간다.
통화의 수요와 공급의 변동을 일으키고 그 변동에 의해 다시 영향을 받는 이자, 환율, 물가 등의 민감도와 반응속도 역시 서로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이자의 민감도가 가장 예민하고 그 다음이 환율, 물가 순이다. 그러나 반응속도는 그 반대이고, 반응의 폭 역시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보통의 경우 물가의 반응 폭이 가장 크고, 그 다음이 환율과 이자율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경제현실을 들여다보면 훨씬 더 구체적으로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자율의 운동원리
이자가 경제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돈이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이자다. 이자가 있어야 돈이 움직이고, 돈의 움직임은 투자는 물론 금융자산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며, 이를 통해 소득의 변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자는 어떻게 주어질까? 이자란 돈의 가치이므로 일반재화의 가격과 다를 것 없는 운동원리의 지배를 받는다. 결정의 운동원리, 변동의 운동원리, 카오스의 운동원리, 이 3가지 운동원리의 합성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이자다.
우선 결정운동원리에 있어 이자는 가격의 일종으로서 소득 및 통화량과 함께 삼쌍성의 관계를 맺으며 그 수준이 결정된다. 그리고 변동운동원리에 있어서는 통화의 수요와 공급이 이자를 변동시킨다. 카오스운동원리에 있어서는 돌발적인 사태들의 발생이 이자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이자란 일반재화와는 달리 돈이라는 특별한 재화의 가격이다. 돈은 일반재화의 가치 척도로서 그 가치가 다른 재화의 가치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차별성이 일반재화의 가격이론과는 다른 특별한 주의를 요하도록 만든다. 구체적으로 이자의 운동원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 다음 2가지 점은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첫째, 돈은 일반재화처럼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저량으로 축적되면서 끊임없이 순환한다는 것이다. 일반 소모성 재화는 소비되면 사라지지만 돈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운동에너지나 위치에너지를 갖추면서 축적된다. 뿐만 아니라 금리나 투자수익을 남기면서 그 규모가 더욱 커지는 특성도 갖는다. 두 번째는 통화의 공급이 중앙은행에 의해 통제되며, 이런 통제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물가라는 것이다. 물가동향이 공급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물가상승에 의해 통화의 가치가 상실되면 최악의 경우 경제체계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실제로 중앙은행의 기본적인 책무 중 하나는 통화가치의 안정이다(다른 하나는 경제의 안정이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통화량을 직접적으로 관리하기도 하고 이자율 정책을 통해 통화량을 간접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통화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인다.
(다음에 이어서)
<회의주의자를 위한 경제학(최용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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