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변동을 결정하는 자본수지와 경상수지
따라서 환율변동의 추이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경상수지의 추이를 먼저 살펴야 한다. 물론 잠시 뒤에 살펴볼 것처럼 자본수익률이 높을 경우에도 자본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이것이 주변수로 작동하여 주도적으로 환율하락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렇지만 경상수지가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할 경우 환율은 장기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고, 결국은 외국 자본의 유입은 언젠가는 환차손을 입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본수지에 앞서 경상 수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 이후에 자본수지의 동향도 함께 살피면 환율변동을 더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다.
한편 현실에서는 이와 같은 원리의 작동이 종종 방해를 받기도 한다. 다시 말해 정책당국의 환율방어가 환율변동 메커니즘의 작동을 흔히 교란하기도 한다. 정책당국이 외환시장에서 외환을 사들임으로써 외환의 수요에 가세하기도 하며, 이에 따라 수요가 상대적으로 더 커지면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모두 흑자이더라도 환율을 상승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정책적인 외환매수는 비용을 수반한다. 화폐발행으로 외환을 매수하면 통화량이 급증해 흔히 물가불안의 악순환이 야기된다. 그리고 정부채권을 발행하여 외환을 매수할 경우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의 외환매수는 언젠가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외환매수가 이처럼 한계에 이를 경우 정부가 외환의 해외 유출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국내 소득의 해외 이전을 촉진함으로써 국내 수요 부족과 그에 따른 국내 경기의 부진을 부르곤 한다. 외환의 국외유출 정책의 문제점은 뒤에 경제병리학을 다루면서 일본의 사례를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볼 것이며, 외환매수를 통한 환율방어의 문제점은 바로 뒤에 우리나라 환율정책의 실패 사례를 다루면서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경제정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할 때는 국제수지, 즉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합계가 환율의 변동을 결정하므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어떻게 결정되는가를 알면 환율의 변동을 비교적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경상수지는 무엇이 결정할까? 무엇이 경상수지 흑자나 적자로 만들까? 무엇이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보다 수입을 더 많게 하거나, 그 수입이 수출보다 더 적게 할까? 그리고 무엇이 자본수지 흑자나 적자로 만들까? 무엇이 국내 자본의 해외 투자보다 외국 자본의 국내 유입을 더 크게 하거나 더 적게 할까?
이 문제에 대한 이해는 환율의 변동을 읽어내는 데 있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둘의 상호작용이 환율의 변동을 가장 근원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이 둘을 무엇이 결정하는지 차례로 살펴보자. 환율변동의 주변수인 경상수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순서지만 경상수지의 결정 원리는 상대적으로 더 복잡하고 난해한 반면 자본수지는 비교적 단순하므로 자본수지부터 먼저 살펴보고, 그 뒤에 경상수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자본수지는 성장률, 이자율, 환차익 등이 결정한다
자본수지는 무엇이 결정할까? 당연히 자본의 수익률이 결정한다. 우리 나라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높다면 자본수지는 흑자를 기록한다. 돈이란 더 많은 이익을 찾아서 돌고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투자수익률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은 좀 복잡한 문제지만 간단히 말하면 성장률과 환차익, 금리 등 크게 3가지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그 밖에 외채의 도입과 같은 정책적 변수와 정치적 혹은 경제적 위기의식이 부르는 자본의 해외 탈출 등 다른 많은 변수들도 자본수지에 영향을 미치지만 내생적으로는 이 3가지 변수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지금부터 이 세 변수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성장률이 높으면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성장률이란 부가가치의 증가율을 의미하고 부가가치란 소득을 의미하며, 소득의 증가란 이익의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익이 증가하지 않으면 소득이 증가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현실적으로 성장률이 높아져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 대부분의 기업은 더 큰 이익을 남긴다. 따라서 성장률이 높으면 수익률은 당연히 높아지므로 외국 자본의 국내 투자가 늘어나 자본 수지는 흑자를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이머징 마켓이라고 불리는 신흥공업국들에 있어 성장률이 장기간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할 때는 외국인 투자가 대체적으로 급증하곤 했다. 이처럼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으면 수익률이 높고, 수익률이 높으면 외국 자본은 당연히 더 많이 유입되곤 한다.
다만 외국 자본이 지나치게 많이 유입되면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수요가 급증해 경기가 과열로 치닫곤 하며, 경기가 과열되면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국제수지 전체가 적자로 돌아서기도 한다. 이 경우 환차손이 발생하여 자본수지까지 악화시킨다. 만약 국제수지 적자가 지나치게 클 경우는 외환보유고가 고갈되어 자칫 외환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제수지 적자가 지나치게 크지 않다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성장률이 외국 자본을 지속적으로 유입시켜 경상수지 적자가 빚는 문제를 극복하게 하기도 한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성장률이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높을 경우에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면서 자본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곤 했다. 물론 미국은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게 특별히 고려해야 할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투자에 있어서는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안정성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상수지가 매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가 왕성했고 이에 따라 달러가치가 유지된 것은 투자의 수익성은 물론이고 안정성에도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가 국제적인 기축 통화의 역할을 하는 데도 통화의 안정성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음에 이어서)
<회의주의자를 위한 경제학(최용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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