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변동의 메커니즘
환율은 국내 재화의 대외가격이다. 재화의 대내가격이 화폐로 표현된다면 재화의 대외가격은 환율로 표현된다. 국내 통화가 국내 재화에 대한 구매력을 나타낸다면 환율은 해외 재화에 대한 구매력을 나타낸다. 국내 통화의 구매력은 물가에 의해 평가되고 해외 재화에 대한 구매력은 환율로 평가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환율은 가격의 일종이다. 따라서 환율도 가격과 똑같은 운동원리의 지배를 받는다. 가격카오스원리와 가격변동원리 그리고 가격결정원리가 함께 작동하여 환율을 결정하는 것이다.
현실의 환율은 이와 같은 각 원리들이 만들어낸 각각의 가격현상들이 합성되어 나타난다. 이 논리도 가격원리와 똑같다. 이에 따라 미래경제학의 환율이론도 환율카오스원리, 환율변동원리, 환율결정원리 등으로 구성되며, 각각의 운동원리가 만들어낸 현상들이 합성되어 현실의 환율로 나타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결정원리와 변동원리, 카오스원리는 각각 어떻게 작동할까?
환율의 변동원리와 카오스원리는 가격의 운동원리와 거의 동일하다. 다만 환율의 결정원리는 가격원리에 비해 다소 복잡하다. 환율은 외환의 유통량으로 구현되는 국제경쟁력 및 소득으로 구현되는 성장잠재력과 함께 삼쌍성을 이루며 상호작용을 통해 결정되는데 환율의 결정원리 역시 가격의 결정원리와 비슷하다. 다만 환율의 결정원리인 삼쌍성의 작동은 이해하기가 어렵고, 그 작동원리를 통해 환율현상을 읽어내기는 더욱 어렵다.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3가지 운동원리들이 합성되는 과정을 역추적하는 방법이 있다.
뒤에 '각 운동원리의 합성경로'를 다루면서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가격카오스원리는 수요를 통해 가격변동원리에 합성되고, 가격결정원리는 공급을 통해 변동원리에 합성된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을 무엇이 결정하는가와 수요와 공급의 결정변수는 무엇이 결정하는가를 계속해서 추적해가면 현실에서 나타나는 환율을 비교적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다. 지금부터는 이런 역추적 방법을 통해 환율변동의 메커니즘을 살펴보자.
환율변동을 결정하는 자본수지와 경상수지
환율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환율의 변동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공급과 수요의 상호작용으로 일어난다. 수요가 더 많이 늘면 가격은 오르고 공급이 더 많이 늘면 가격은 내린다. 이것은 만고의 진리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가격 변동을 충분히 읽어내기가 어렵다. 수요는 어떻게 주어지고 공급은 어떻게 주어지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현 경제학의 가격이론은 이런 추가적인 고찰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현 경제학의 환율이론은 환율변동을 정확하게 읽어내지 못할 정도로 원시적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미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 경제학의 가격이론이 주식시장의 가격변동을 정확하게 읽어내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수요와 공급의 근원이 무엇인가를 좀 더 깊이 파고든다면 가격의 변동을 좀 더 과학적이고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다.
외환수요가 늘어나면 환율은 오르고 외환공급이 늘어나면 환율은 떨어진다. 그렇다면 외환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무엇이 결정할까? 그 근원을 끝까지 추적해 가면 누구나 환율의 변동을 비교적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다. 이것은 현 경제학의 가격이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줄 것이고 가격변동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할 것이다. 그동안 필자가 환율변동을 상대적으로 더 정확하게 예측해 낼 수 있었던 것도 그 근원을 끝까지 추적했기 때문이다.
환율의 변동을 일으키는 가장 직접적인 변수는 국제수지다. 국제수지가 적자면 외환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줄어들어 환율은 상승한다. 반면에 국제수지가 흑자면 외환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증가해 환율은 하락한다. 그런데 국제수지는 하나가 아니라 크게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로 두 종류가 있고 이 둘을 합해 종합수지라고 부른다.
먼저 경상수지는 상품 및 서비스의 교역격차를 뜻한다. 우리나라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이 수입보다 더 많아지면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반대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아지면 경상수지는 적자를 기록한다. 다음으로 자본수지는 자본의 유출과 유입의 격차를 뜻한다. 국내 자본이 해외로 더 많이 유출되면 자본수지는 적자를 기록하고, 해외 자본의 국내 유입이 더 많아지면 자본수지는 흑자를 기록한다.
환율의 변동은 이 2가지의 국제수지가 상호작용을 하며 결정한다. 경상수지가 적자더라도 자본수지 흑자가 더 크다면 종합수지 흑자를 기록하는데, 이 경우 외환공급이 증가하여 환율은 하락압력을 받는다. 반대로 경상수지가 흑자더라도 자본수지 적자가 더 크다면 종합수지는 적자를 기록하는데, 이 경우 외환공급이 줄어 환율은 상승압력을 받는다.
한편 자본수지 흑자가 경상수지 적자보다 더 커서 종합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더라도, 그래서 외환의 공급이 더 크게 증가하더라도 환율이 오히려 상승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면 외채를 들여오거나 외국인 투자를 유인하여 그것을 메워야 하는데, 외채나 외국인 투자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이에 따라 외채와 외국인 투자의 추가 유입이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외환보유고가 고갈되는 사태인 외환위기가 발생하며, 외환위기가 예견될 때는 갑자기 외채 도입과 외국인 투자의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환율은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상승하기도 한다. 그리고 환율이 상승하면 외채와 외국인 투자는 환차손을 피할 수 없다. 그러면 외채를 서둘러 상환하고, 외국인 투자는 서둘러 회수 당함에 따라 환율은 더 크게 폭등하곤 한다.
이런 의미에서 경상수지는 환율변동의 주변수이고, 자본수지는 종속변수라고 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경상수지 흑자는 거의 예외 없이 환율의 하락을 주도하고 그 적자는 환율의 상승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본수지의 흑자나 적자는 환율변동을 추종하는 경향이 있다.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익이나 환차손이 자본수지를 좌우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즉 환율이 하락함에 따라 환차익이 기대될 때는 자본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환율이 상승함에 따라 환차손이 우려될 때는 자본수지는 적자를 기록하는 것이다.
(다음에 이어서)
<회의주의자를 위한 경제학(최용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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